오늘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철길마을을 소개 해드릴 예정입니다.
🚶♂️ 드라이브가 아닌 걷기 – 하동 철길 마을로 떠난 느린 하루
섬진강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나는 이번엔 차 대신 도보로 걸어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섬진강 철길 마을’은 이름부터가 정겹다.
어딘지 모르게 시골스러운 그 이름 안에는, 옛 철길과 마을,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동군 하동읍 고전리 일대에 있는 이 마을은, 과거 섬진강 기차가 지나던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철길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아스팔트가 아닌 녹슨 철로 위를 걷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특별했다.
이곳의 시작점은 ‘하동역’ 근처.
오래된 간이역 느낌의 하동역은 여전히 시간의 속도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역을 지나 마을로 향하는 작은 길을 따라가면 철길이 시작된다.
출발 전, 마을 슈퍼에서 물 한 병을 사고 어르신께 철길 방향을 여쭤보니
“그냥 길 따라 쭉 가믄 돼~ 걷기 딱 좋제~” 하시는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다.
🛤 철길을 따라 흐르는 기억 – 옛 기차길 위에 선 풍경
철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어느새 시간의 감각이 달라진다.
기차가 더는 지나지 않는 선로 위엔 잡초가 자라고 있고,
옆으로는 낮은 담장과 오래된 주택들이 다정하게 자리하고 있다.
길을 따라 몇 발자국 걸으면 강이 보인다.
섬진강은 이 마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강물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멀리 산등성이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바람이 강을 따라 불어오고, 철길은 똑바로 또는 굽이굽이 이어진다.
드라이브라면 놓쳤을 풍경들이, 도보 여행에선 전부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걷다 보니 철길 옆에 오래된 기차 객차 하나가 전시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실제로 이 길을 달리던 기차의 일부를 그대로 보존한 것이라고 한다.
철길 중간중간에는 낡은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녹슨 철도 부속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마치 기차가 금방이라도 다시 달려올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별한 조경이나 인위적인 장식 없이, 그대로 남겨진 풍경.
바로 그 점이 이 마을 산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여백의 미를 걷다 – 섬진강 철길 마을에서의 느림의 미학
섬진강 철길 마을은 유명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더 좋았다.
길을 걷는 내내 마주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지역 주민,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
그리고 강변을 따라 혼자 산책하던 한 중년 여성뿐.
이곳에는 카페도 없고, 핫플도 없다.
대신 옛 풍경이 조용히 말 없이 여행자를 맞아준다.
걸음을 멈추고 섬진강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작은 쉼터와 평상이 있다.
그곳에 앉아 강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잔잔히 흘러온다.
내가 앉아있던 그 순간에도,
멀리서 기차 소리를 상상했다.
어쩌면 오래전, 이 철길을 따라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했을 수도,
누군가는 떠났을 수도 있다.
기차는 사라졌지만, 그 길 위엔 여전히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한 시간쯤 걷고 나면 다시 마을 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출발점으로 되돌아왔을 때, 뭔가 하나쯤 마음에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 철길을 걷는 동안 풍경보다 ‘느낌’을 더 많이 본 여행이었다.
🔖 여행 팁 요약
📍 위치: 경남 하동군 하동읍 고전리 일대 (하동역 근처)
🛤 코스: 하동역 → 철길 따라 마을길 → 섬진강 쉼터 → 왕복 약 3km
🕒 소요 시간: 1시간 ~ 2시간 (천천히 걷기 기준)
🌤 추천 시간대: 오전 911시, 오후 46시 (햇살 부드러울 때)
🥾 준비물: 편한 운동화, 모자, 물, 카메라 또는 필름 느낌 앱
🙏 주의사항: 마을 주민 거주 지역이니 조용히,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